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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원훈련

동원훈련보다 널럴한 재입영훈련, 그 이유

11월 11일부터 13일까지 서울을 지키는 모 부대에서 동원 재입영훈련을 받았습니다. 예비군 블로그를 개설한지 1년이 넘었는데 훈련 갔다온 이야기는 처음이네요. 작년에는 3월에 동원훈련 갔다오고 그 이후에 이 블로그를 개설해서 이번이 처음이 되겠습니다. 이번에는 사정이 있어 첫번째 나왔던 동원훈련을 연기하고 재입영훈련을 받게 되었습니다. 제가 근무했던 부대가 향토사단이라 동원훈련의 재입영은 실시하지 않아 저로썬 현역기간 포함해서 첫 재입영훈련이었습니다. (동원 재입영훈련은 동원사단에서만 실시합니다)

동원 재입영훈련을 갔다온 소감을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춥지만 널럴하다 입니다. 보통 동원 재입영훈련은 10월에서 11월사이에 실시하는데 이왕이면 덜 추운 10월에 나오길 바랬는데 11월에 나와서 추위를 걱정했습니다만 그만큼 부대에서도 준비를 하고 있었습니다.


동원 재입영훈련 춥다?!

동원사단에서는 예비군의 편의를 위해서 최대한 노력합니다. 군대 다녀오신 분들은 기억하시는 분들도 계시겠지만 매해 11월15일부터 난방을 시작하는데 날씨가 추워져서 특별히 먼저 틀어주고(작년에는 3월에 갔다왔는데 그때도 기간이 아니지만 해주었습니다) 침낭도 창고에 쳐박혀있던 것이 아닌 현역이 현재 쓰고 있던 멀쩡한(!) 침낭을 전부 세탁해서 비치해두었습니다. 저 같은 경우는 겨울용 츄리닝을 가지고 갔더니 침낭 안에서 자자니 덥고 모포만 덥자니 새벽에 추울 것 같은 고민에 빠질 정도였습니다.

그리고 목만 보호해도 추위가 덜한편이라 저는 군복무할때 쓰던 목토시를 가지고 갔습니다. 없으신 경우 목폴라티를 속안에 입고 그 위에 전투복 입으시면 조금 나으실거예요. 후드티의 경우는 모자가 전투복 밖으로 나올 경우 간부 통제로 인하여 쉬는 시간만 줄어드는 불상사가 일어납니다. (하라는 대로 하면 빨리 끝날 수 있는데 굳이 말 안듣는게 멋있는 줄 초딩 예비군들은 언제쯤 없어질까요? 빨리빨리 하고 쉴때와 말 안들어도 될때를 구분할 줄 모르는 예비군들이 왜이렇게 많은지 모르겠습니다) 

부대마다 차이는 있겠지만 제가 갔던 곳은 1층에만 따뜻한 물이 나와서 각 층별 20분씩만 따뜻한 물을 이용할 수 있었습니다. 줄이 너무 길어서 전 그냥 찬물로 씻었는데 뭐 건강에 이상 없으신 분들은 문제 없으실 겁니다.


동원 재입영훈련에서 하는 것

기본적으로 동원훈련과 같습니다. 주특기와 연계된 훈련을 하게 됩니다. 단, 이 주특기는 전역시 주특기가 아닌 동원 지정된 주특기입니다. 대부분 생뚱맞은 주특기보다는 전역시 주특기와 동일하거나 유사 주특기로 지정됩니다. 소총수의 경우 사격(+사격술 예비훈련)과 병기본훈련이 전부입니다. 그 이외에 증편식, 정신교육, 퇴소식은 부가적으로 따라오는거겠지요? 아, 제가 갔던 부대는 동원훈련때와는 다르게 증편식 후 분열을 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제식훈련도 사실상 생략되었지요. (부대마다 조금씩 다릅니다)


동원훈련보다 널럴한 재입영훈련, 그 이유

훈련에 전체적인 느낌은 본 동원훈련보다 널럴하다는 느낌이었습니다. 위에 언급한대로 제식훈련도 하지 않았고 분열도 안하니 상당히 편하더군요. 그리고 같은 재입영훈련이라도 11월 중반쯤 가면 동계기간이 적용되어 퇴소시간이 17시에서 15시로 앞당겨집니다. 그렇기 때문에 마지막날 병기본훈련이 대충대충 빠르게가 되버렸습니다. 퇴소식의 경우도 애국가와 국기에 대한 경례가 생략되는 처음보는 상황도 연출되었구요.

제가 갔다온 부대를 정확하게 지칭하지 않고 모부대라고 한 이유는 지금부터 쓸 내용 때문입니다. 그 부대 나름대로 노력한 것이 보이고 혹시나 아주 혹시나 문제가 되는걸 원치 않기 때문입니다.

일단 동원훈련을 포함하여 모든 예비군훈련의 금기사항인 휴대폰 및 전자기기 사용이 암묵적으로 허용되었습니다. 물론 공식적으로는 사용하지 말라고 하였고 휴대폰의 경우 간부들한테 걸릴 경우 뺏겼습니다만 적극적이었던게 아니라 그냥 어쩌다 정도였습니다. 지나가다가 보면 그냥 지나치는 경우가 태반이었고 MP3의 경우 아예 대놓고 복도에서 끼고 다니는 분들도 많았습니다. 하다하다 간부에게 휴대폰 충전을 부탁하는 상황까지 생겼습니다. 예비군의 욕심은 끝이 없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대기시간이 동원훈련보다 엄청나게 길었는데 동원훈련 준비가 아주 완벽하진 않아서였습니다. 총기분출에 걸린 시간이 제가 여태까지 경험했던 동원훈련들중에 가장 길었습니다. 내무실에 빈 자리를 두지 않고 불참자 자리를 메꾸면서 예비군 순서가 뒤죽박죽이 되버렸고 그 상황에 재빨리 대처하지 못했습니다.

이렇게 된 이유는 재입영훈련이기 때문입니다. 재입영훈련은 처음 동원훈련을 연기하거나, 무단불참하거나 아무튼 불참하는 경우 일반적인 경우는 향방훈련으로 전환되지만 동원사단에 경우는 재입영훈련이라고 또 다시 동원훈련을 실시합니다. 그런데 이때, 기존 동원지정대로 대대급으로 실시하여 첫 동원훈련의 불참자로만 실시하면 인원이 너무 적기 때문에 여러대대를 모아서 하게 됩니다.

바로 여기서 문제가 발생합니다. 제가 간 곳은 두 연대와 사단 직할 여러 대대들이 모였는데 이 대대들의 동원훈련을 누가 책임질 것인가 라는 문제가 생깁니다. 동원훈련의 경우는 해당 대대가 모든 책임을 지고 훈련을 시키고 성과등도 챙길텐데 이 훈련은 여러대대가 모여 있으니 전체적인 통솔은 어느대대가 맞고 어느 훈련은 어느대대가 맡고 어떤건 다른대대가 맡고 이렇게 분산되어 버리니 아무래도 동원훈련보다는 책임감과 노력이 떨어질 수 밖에 없습니다. 책임 대대장 혹은 연대장도 사단내에서 번갈아가며 재입영훈련 맡고 그저 큰 사고 없이 잘 넘기자라는 생각으로 훈련을 준비하고 시행했을겁니다.

결과적으론 재입영훈련을 입소하게 된 경우 오히려 더 마음 편하게 다녀오시면 되겠습니다. 추위를 어떻게 대처할지만 대비하시면 조금 더 편하고 널럴하게 다녀올 수 있는 훈련이 동원 재입영훈련입니다.